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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Algramo, 필요한 만큼만 사는 습관이 바꾸는 세상

Algramo, 필요한 만큼만 사는 습관이 바꾸는 세상

소량 구매는 왜 더 비쌀까, 불합리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어느 골목, 알렉산더 오스터왈더는 반복되는 소비의 모순을 마주했다. 많은 저소득층 가정이 생활용품을 ‘조금씩’ 사는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이 소량 단위의 소비가 리터나 킬로그램 단위보다 단가가 더 비쌌다. 더 작은 패키지, 더 많은 포장재, 더 비효율적인 공급망은 결국 경제적 약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불합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그는, 모두가 합리적인 가격에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Algramo다. 스페인어로 ‘그램 단위로’라는 뜻의 Algramo는 ‘필요한 만큼만, 공정한 가격으로, 포장 쓰레기 없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스마트 리필 플랫폼이다.

 

 

스마트 용기와 리필 스테이션이 바꾸는 유통 구조

Algramo의 시스템은 간단하지만 매우 혁신적이다. 소비자는 Algramo에서 제공하는 전용 리필 용기를 보유하고, 지역 곳곳에 설치된 리필 스테이션에 들러 필요한 만큼의 세제, 샴푸, 식용유 등을 충전해 가져간다. 이 용기는 RFID 칩이 내장되어 있어 충전할 때마다 데이터가 기록되고, 소비 내역이 앱과 연동된다. 고객은 앱을 통해 제품의 무게, 가격, 탄소 절감 수치까지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해 소량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기존에는 대형 마트에서 대용량을 사야만 합리적인 가격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Algramo는 기술을 통해 리필 방식 자체를 유연하고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소량 구매 = 비효율’이라는 등식을 깨뜨렸다. 포장 없이도 믿고 살 수 있는 구조, 이것이 Algramo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환경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속가능한 모델

Algramo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했다는 점이다. 리필 용기를 반복 사용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포장 생산과 운송에서 발생하던 탄소 배출도 최소화했다. 고객은 자신이 절약한 플라스틱과 이산화탄소 양을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작은 실천이 실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 동시에 소득이 낮은 가정에서도 대량 구매가 아닌 ‘필요한 만큼’만 소비해도 가격적인 이점을 누릴 수 있다. Algramo는 이런 점에서 단순한 환경 브랜드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소비 구조의 불합리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지속가능한 혁신’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는다. 특히 유니레버, 네슬레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은 이 모델이 얼마나 확장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구조인지를 입증하고 있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함께 설계하는 새로운 소비 습관

Algramo는 브랜드의 철학을 기술로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교육과 인식 전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용기를 되돌아보는 캠페인, 모바일 앱을 활용한 환경 리워드 시스템, 리필 문화 확산을 위한 지역 행사 등을 통해, Algramo는 단순한 리필 시스템 제공자를 넘어 소비 습관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리더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지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니라, 이 브랜드가 제시하는 ‘더 나은 소비’에 공감해 참여한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는 Algramo를 통해 처음으로 재사용과 리필의 개념을 접하고, 이후 다른 소비 영역에서도 지속가능한 선택을 실천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Algramo는 이렇게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변화하는 참여형 제로 웨이스트 모델을 완성해가고 있다.

 

시스템이 아닌 철학이 남는 브랜드

Algramo의 가장 큰 강점은 리필 스테이션이라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이다. 누군가는 단지 세제를 담는 용기일 수 있지만, 그것은 곧 불평등한 소비 구조에 던지는 도전이며, 포장 없는 유통이 가능하다는 증명이자,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순환의 상징이 된다. 브랜드는 비즈니스의 확장을 통해 더 많은 도시, 더 다양한 상품으로 접근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소외된 지역에서도 ‘지속가능성은 사치가 아닌 기본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Algramo는 단순히 필요한 만큼만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사회와 환경이 함께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그들이 만들어낸 변화는, 이제 도시의 골목을 넘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