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했던 일상에 질문을 던지다
데오도란트를 바르는 일은 무척 개인적이지만, 누구에게나 익숙한 루틴이다. 아침 샤워 후 거울 앞에서, 체육관에서 운동복을 갈아입으며, 혹은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긴장을 다잡기 위해. 이 작은 캡슐은 우리의 긴 하루를 버텨내게 하는 방패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 간단한 루틴 속엔 오랫동안 바뀌지 않은 고정관념이 숨어 있다. 한 번 쓰고 나면 버려지는 플라스틱 용기, 내용물의 유해 성분, 개성과는 거리가 먼 획일적인 디자인. 우리는 매일같이 그것을 바르면서도 단 한 번도 그 구조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데오도란트의 세계에, 어느 날 Myro가 나타났다. 그들은 물었다. “매일 반복되는 이 친밀한 루틴,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질문은 명쾌했고, 그 대답은 훨씬 더 구조적이었다.
리필, 향, 구조까지 바꾼 진짜 전환
Myro가 제안한 변화는 단순한 '천연 데오도란트'가 아니었다. 그들은 아예 데오도란트의 형태 자체를 분해하고 재설계했다. 본체는 튼튼한 재사용 가능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내용물은 캡슐 형태의 리필 카트리지로 분리해 따로 교체하는 구조. 사용자는 본체를 계속 보관하면서, 리필만 바꿔 끼우면 된다. 이 구조는 ‘리필’이라는 단어에 진짜 무게를 부여했다. 단순히 내용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실험이었다. 이 리필 시스템은 포장을 줄이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면서도, 사용자에게는 더 직관적이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한다. 용기를 닦고 말리고 새로 조립하는 귀찮은 과정 없이, 클릭 한 번이면 리셋되는 구조. 지속가능성과 사용성의 균형 위에서, Myro는 디테일 하나까지 논리적으로 설계했다.
감각을 고르는 일상의 권리
Myro는 기능만 바꾸지 않았다. 색, 향, 재질까지 모두 사용자의 선택권으로 되돌렸다. 브랜드의 본체는 밝고 경쾌한 색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리필 역시 무려 10가지 이상의 향기로 제공된다. ‘솔티 시트러스’, ‘조용한 라벤더’, ‘톡 쏘는 자몽’, ‘우디한 숲 향’ 등 각기 다른 취향과 기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옵션은 기존의 데오도란트 브랜드에서는 보기 어려운 디테일이다. 향의 원료 역시 천연 에센셜 오일과 식물성 베이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알루미늄, 파라벤, 프탈레이트 등 유해 성분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로써 Myro는 ‘향기’라는 요소를 단순한 탈취 수단이 아닌, 하루의 정서와 분위기를 결정짓는 선택지로 끌어올린다. 사용자는 매일의 기분처럼 데오도란트를 고르고, 그 선택은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일상이 된다.
향기는 남기되, 흔적은 남기지 않는다
Myro의 가장 큰 설득력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도덕이 아닌 미학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이 브랜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 50% 줄였고, 리필 카트리지는 생분해 가능한 재질로 설계했다. 배송 포장도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이루어지며, 본체는 오래 쓸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무엇보다 ‘다 쓴 후’까지 설계된 구조는 소비자에게 ‘흔적 없는 소비’의 경험을 선사한다. 사용자는 향기를 남기고 하루를 보내지만, 플라스틱은 남기지 않는다. 그것은 향과 구조가 완벽히 분리되면서, 책임감 있는 사용이라는 새로운 만족감을 준다. Myro는 이 구조적인 성찰을 감각적인 패키지로 숨긴 채 조용히 전환을 유도한다. 브랜드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손에 쥐어진 그 감각적인 본체와, 교체된 리필의 가벼움이 모든 설명을 대신한다.
매일의 루틴이 전환의 기회가 될 때
Myro의 등장은 작지만 분명한 루틴의 균열이었다. 매일 무심하게 반복되던 행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것. 무엇을 바르고, 왜 바르며, 어떻게 쓸지를 다시 묻게 만든 브랜드. 그 질문은 사용자의 선택을 바꾸고, 그 선택은 곧 세계에 남기는 흔적을 줄여 나간다. 데오도란트 하나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생산 구조, 소비 습관, 일상 속 자각, 향을 고르는 취향의 섬세함까지. 그리고 그것은 결국 더 넓은 루틴의 변화로 이어진다. Myro는 말한다. “우리는 데오도란트를 다시 만들었어요. 당신의 하루를 다시 설계할 수 있도록.” 그 말처럼, 하루를 바꾸는 데 가장 적은 힘으로 가장 멀리 닿을 수 있는 선택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루틴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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