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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섬세한 관리가 만드는 긴 지속, Steamery의 천천한 패브릭 선언

세탁 다음의 시간, 옷은 여전히 살아 있다

옷은 세탁이 끝난 후에도 말없이 말을 건다. 단추 사이사이에 낀 먼지, 소매 끝에 남은 자국, 조금씩 일어난 보풀. 대개는 지나치고 마는 이 디테일들 속에 ‘더 오래 입을 수 있었던 옷’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을 다루는 방식은 ‘입고, 때가 되면 세탁하고, 결국엔 버리는’ 일방적인 루틴에 가깝다. 하지만 Steamery는 그 익숙함에 질문을 던진다.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스웨덴 브랜드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감각적인 답이다. 그들은 패션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다려지고, 케어되고, 복원되며, 다시 옷장에서 꺼내지는 순간들. Steamery는 세탁 이후의 시간에 조용히 개입하며, 옷과 사람, 그리고 환경 사이의 관계를 다시 짜 넣는다.

 

‘손질한다’는 행위의 복원

Steamery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핸디형 스티머다. 드라이클리닝 없이도 쉽게 주름을 펴주고, 옷감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아이롱보다 간편하고, 세탁보다 자주 할 수 있으며, 물과 전기만으로 옷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도구다. 여기에 섬유 전용 브러시나 보풀 제거기 같은 제품이 더해지면, 사람들은 점점 ‘옷을 손질한다’는 행위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더 이상 번거로운 수선이 아니라, 자신이 입는 옷에 주는 일상적인 존중이 된다. Steamery는 사용자를 ‘보호자’로 만든다. 옷에 닿는 손길이 섬세해질수록, 그 옷은 쉽게 버려지지 않으며 오래 입힐 준비를 마친다. 이 브랜드가 보여주는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재료를 바꾸거나 생산 방식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심히 입던 옷 한 벌에 시간을 들이고, 애정을 들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의식 있는 감각, 북유럽의 리듬을 닮은 디자인

Steamery의 제품을 처음 접하면 놀라운 것은 그 기능성보다 ‘무엇이 이토록 단정할 수 있는가’라는 감각이다. 북유럽 디자인 특유의 절제된 색감, 부드러운 곡선, 군더더기 없는 마감은 도구를 ‘욕실 속 장식품’이자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 탈바꿈시킨다. 이 브랜드는 패브릭 관리라는 실용적 행위 속에 조용한 아름다움을 불어넣는다. 특히 공간에 오래 두고 사용하는 물건인 만큼, 제품 하나하나가 주변 환경과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설계되었다. 미니멀한 시트러스 계열의 패브릭 스프레이는 냄새를 덮기보다는 없애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으며, 리넨 서랍이나 코트에 은은하게 머무는 향조차도 지나치지 않다. Steamery는 모든 사용 경험을 시각적, 촉각적, 후각적 ‘정돈’으로 이어지게 한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의무감이 아닌 ‘감각적 선택’으로 전환시키는 방식. 바로 그것이 이 브랜드가 가진 설득력의 본질이다.

 

소유의 감각이 아닌, 돌봄의 루틴

Steamery는 소비를 덜어내는 브랜드가 아니다. 오히려 ‘소유’의 방식을 바꾸는 브랜드다. 새 옷을 사지 말자는 말 대신, 이미 가진 옷을 더 깊이 이해하자는 제안이다. 그들은 ‘애정을 들여 관리하는 행위’가 곧 ‘환경에 대한 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드라이클리닝 횟수를 줄이고, 미세 플라스틱 배출이 높은 합성세제를 피하며,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 이 모든 것은 플라스틱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 못지않은 효과를 낸다. Steamery는 한 벌의 옷에 담긴 노동, 에너지, 물, 소재가 낭비되지 않도록 설계된 도구를 제공할 뿐이다. 그리고 그 도구를 통해 사용자가 스스로 ‘돌보는 삶’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옷은 누군가의 시간을 입고 몸을 덮는 물건이다. 그 감각을 회복하는 일은, 더 나은 소비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의 방식과 직결된다.

 

패브릭에서 시작된 진짜 지속가능성

많은 지속가능한 브랜드들이 제품 자체에 집중하는 반면, Steamery는 ‘제품 이후의 시간’에 더 깊은 관심을 둔다. 옷장에 들어가고, 다시 꺼내지고, 수선을 거쳐 또 한 번 착용되는 일상의 흐름 속에 지속가능성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패션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단지 천연 섬유나 유기농 면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얼마나 오래 입히고, 얼마나 자주 손질하며, 얼마나 쉽게 버리지 않는가의 문제다. Steamery는 옷을 오래 입는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근본적인 환경 실천이라는 점을 감각적으로 설득한다. 옷은 결국 닳고, 오래되며, 때로는 헤어진다. 하지만 그 옷을 아끼는 마음, 다시 펴고 다듬고 입히려는 반복은, 곧 지구를 아끼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조용한 실천이 스웨덴의 작은 브랜드를 세계 곳곳의 옷장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섬세한 관리가 만드는 긴 지속, Steamery의 천천한 패브릭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