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곡선 안에 숨겨진 낯선 전환
미국 미네소타에서 탄생한 HiBAR는 한눈에도 독특하다. 고체 샴푸와 컨디셔너가 병의 곡선을 본뜬 실루엣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디자인은 단순한 심미적 선택이 아니다. 수십 년간 ‘병에 담긴 액체’만이 정답이라 여겨졌던 뷰티 시장에서 HiBAR는 대담한 질문을 던졌다. “정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병일까, 아니면 그 안의 내용물일까?” 그 대답으로 등장한 고체 바는 기존의 관성을 부드럽게 뒤흔들었다. 병 모양과 닮은 외형은 사용자에게 심리적 낯설음을 줄이면서도, 제품이 담고 있는 새로운 철학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기능적 상징이 되었다. HiBAR는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통해 변화의 첫걸음을 우아하게 제안한 셈이다.
욕실에서 사라진 플라스틱의 존재감
플라스틱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환경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소비자 스스로 인식하고 실천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뷰티 브랜드들은 여전히 화려한 패키지와 편리함을 명분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HiBAR였다. 이들은 샴푸와 컨디셔너를 고체 형태로 제작하면서 모든 포장에서 플라스틱을 제거했다. 포장지는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제품은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구조다.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욕실 선반에 줄줄이 놓였던 플라스틱 병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매일 사용하는 제품에서 플라스틱의 존재가 눈에 띄지 않게 될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활 속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성분에서 오는 진심, 지속가능성의 내면
HiBAR가 단지 용기 없는 제품만을 내세웠다면, 그 성공은 여기까지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브랜드의 강점은 겉모습이 아닌, ‘속’에도 있다. 샴푸 바와 컨디셔너 바는 비건 인증을 받았으며,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순한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실리콘, 설페이트, 파라벤 등의 자극적인 성분을 배제하고, 두피와 모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천연 성분의 조합을 고민했다. 향 또한 인공적인 과향이 아닌, 식물성 추출물에서 유래한 자연스러운 아로마로 완성된다. 이로 인해 HiBAR는 단순한 친환경 브랜드를 넘어, 진정으로 ‘몸과 지구 모두에게 이로운’ 뷰티 루틴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이란 결국 겉과 속 모두를 정직하게 설계해야 가능한 일이기에, HiBAR는 그 기준을 스스로 높여 나간다.
공간을 바꾸는 물성의 미학
고체라는 형태는 공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액체 샴푸가 차지하던 부피가 사라지면서 욕실은 더 넓고 가벼워진다. 특히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HiBAR는 단순한 친환경 대안을 넘어 ‘실용적인 동반자’가 된다. 무게 제한이 있는 비행기 위에서도, 액체 반입이 제한된 보안검색대 앞에서도, 이 작은 고체 바는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된다. 게다가 물과 닿았을 때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사용감은 액체보다도 풍부한 만족감을 준다. 비누처럼 미끄러지지 않고, 손에 잘 잡히도록 설계된 유선형 디자인은 사용자의 경험까지 섬세하게 배려했다. 고체라는 물성은 단순한 형태의 변화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가 된다.
루틴의 혁신, 습관을 덜어낸 미니멀리즘
HiBAR가 제안하는 것은 단지 ‘덜어낸 용기’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덜어낸 습관’이며, ‘덜어낸 소비’에 가깝다. 플라스틱 병을 사들이고, 사용하고, 다시 버리는 그 모든 행위가 사라진 뒤 남는 것은 훨씬 단순한 루틴이다. 한 개의 고체 바를 손에 쥐고, 물에 적셔 거품을 낸 뒤, 조용히 씻어내는 그 순간. 복잡했던 욕실의 루틴이 간결해지고, 지구에 남기는 흔적 역시 줄어든다. HiBAR는 그렇게 미니멀리즘의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과장된 메시지 없이, 불필요한 것을 걷어낸 디자인과 철학으로. 그리고 그 담백한 방식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가장 오래 남는 변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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