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속도를 담은 접이식 철학, Stojo의 가능성

컵 하나에 담긴 도시의 모순

도시는 빠르다. 사람들은 이동하며 마시고, 소비하고, 버린다. 출근길 커피 한 잔, 회의 중 테이크아웃 음료, 산책 중 만난 주스 바. 도시의 시간은 늘 손에 들린 컵과 함께 움직인다. 그런데 그 순간들이 끝날 때마다, 남겨지는 것은 비워진 컵과 플라스틱 뚜껑이다. 편리함의 흔적이 곧 쓰레기가 되는 이 구조 속에서, Stojo는 불편할 정도로 명확한 질문을 던진다. “왜 매일 버려지는 컵을 쓰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자, 여전히 그들이 제품을 설계할 때마다 되묻는 중심축이다. Stojo는 ‘습관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버릴 필요 없는 구조’를 제안함으로써, 도시 소비의 관성을 설계 단계부터 뒤흔들었다.

 

접을 수 있다는 해방감

Stojo가 세상에 내놓은 첫 제품은 의외로 단순했다. 실리콘 재질의 접이식 컵.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는 도시 생활에 대한 깊은 통찰이 녹아 있었다. 플라스틱 텀블러가 늘 자리 잡고 있던 가방 속, 무겁고 부피가 큰 병들이 차지하던 공간을 접어두는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Stojo의 컵은 사용할 땐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다가, 음료가 끝난 후에는 한 손으로 납작하게 접혀 호주머니나 클러치 안에 들어간다. 이 작지만 혁신적인 전환은 사용자에게 물리적인 공간만큼이나 정신적인 여유도 함께 제공한다. 무언가를 지니고 다니는 부담이 줄어들자, 사람들은 매일의 선택을 좀 더 자발적으로 하게 되었고, 이는 곧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방향성과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접는다는 행위는 곧 자유로움이 되었고, 그 자유로움은 새로운 루틴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형태 너머의 기능, 일상의 디자인 언어

Stojo가 단순한 친환경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은 제품을 직접 마주했을 때 비로소 분명해진다. 이 브랜드는 기능을 디자인으로 말한다. 컵, 병, 도시락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군은 유선형 곡선과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 미니멀한 표면 처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명확한 시각 언어를 통해 ‘당신의 일상에 스며드는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손에 감기는 무게, 뚜껑을 여닫는 촉감, 입을 대는 테두리의 부드러움—all of these는 단지 아름다움 이상의 이유를 지녔다. Stojo는 디자인이 사용자 경험의 시작이자 끝임을 이해한다. 그것은 제품을 오래 사용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동기이기도 하다. 브랜드는 재료 역시 신중하게 선택한다. BPA 프리 실리콘, 리사이클 가능한 폴리프로필렌은 유해물질 없이 안전하며, 뜨거운 음료에도 견디는 내열성과 탄력성을 겸비했다. 형태는 미니멀하지만, 기능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무심한 소비를 멈추는 리듬의 변화

Stojo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난다. 컵을 한 번 접고 나면, 다음에는 종이컵을 드는 일이 망설여진다.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일회용품의 홍수, 그리고 자신의 작은 실천이 만든 차이를 인식하게 되는 감각. Stojo는 그런 자각의 순간들을 더 자주,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브랜드는 개인적인 실천을 확산시키기 위한 커뮤니티 활동과 캠페인도 함께 운영한다. 리필 가능한 삶, 일회용 없는 사무실, 가족 단위의 지속가능한 피크닉 등 Stojo는 도시 라이프의 여러 지점을 재구성하려 한다. 이 모든 활동의 공통점은 ‘강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신 더 좋은 선택지를 먼저 보여준다. 사용자는 그 선택지의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경험한 뒤, 자발적으로 관성을 버리게 된다. 일상의 리듬이 바뀌고, 그 리듬이 도시 전체에 퍼지기 시작할 때, 진짜 변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작은 습관이 만들어내는 도시적 대안

Stojo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단지 플라스틱 절감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를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다시 쓰는 일에 가깝다. 브랜드는 도심 속 카페 문화, 피크닉, 출퇴근, 회의실 등 어디서든 함께할 수 있는 물건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밀도 높게 관찰해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버리는 습관’들을 지혜롭게 덜어내는 방식을 제시해왔다. Stojo는 묻는다. “삶을 조금 더 가볍고, 세상을 조금 덜 무겁게 만드는 일이 정말 그리 어려울까?” 그 답은 접힌 채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컵에 있다. 미처 의식하지 못한 습관을 바꾸는 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작고 조용한 실천이다. 그리고 Stojo는 그 실천이 세련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심지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