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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식탁 위의 혁신, ZeroWasteClub이 만든 지속가능한 한 끼

식탁 위의 혁신, ZeroWasteClub이 만든 지속가능한 한 끼

무심코 펼쳐진 테이블 위,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들

도시의 점심시간은 빠르다. 일회용 용기에 담긴 샐러드, 비닐 랩으로 감싼 샌드위치, 그리고 플라스틱 포크. 식사는 금세 끝나고, 남겨지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문제는 그 쓰레기들이 대부분 분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플라스틱 랩, 스티로폼 용기, 일회용 커틀러리는 음식보다 오래 남아 바다로, 땅으로 흘러든다. ZeroWasteClub은 바로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 런던의 한 작은 아파트 부엌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식사라는 일상적인 행위조차 환경에 무언가를 남긴다’는 점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 중 하나인 ‘먹는다’는 행위에 제로 웨이스트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시작은 단순했다. 버려지지 않는 커틀러리 한 세트, 천연 소재의 키친 브러시 한 자루. 그러나 그것은 일상과 세계를 연결하는 작지만 분명한 실천이었다.

 

 

소재를 고르고 남긴 것 없이 만드는 방식

ZeroWasteClub의 제품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과정 역시 전혀 허술하지 않다. 이들은 모든 제품을 설계할 때, ‘어디에서 왔는지’와 ‘어디로 가게 될지’를 함께 고려한다. 사용되는 대나무, 코코넛 섬유, 천연면, 주석, 스테인리스강은 모두 재생 가능하거나 생분해 가능한 소재다. 이를테면 코코넛 껍질을 활용한 수세미는 열대 지방에서 버려지던 부산물을 재활용한 것이고, 밀랍 랩은 플라스틱 랩을 대체하면서도 자연 속으로 완전히 되돌아갈 수 있다. 심지어 제품 포장도 FSC 인증 종이와 친환경 잉크로 인쇄되어 있으며, 브랜드가 사용하는 전력 또한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된다. 생산 과정은 영국 현지 공방과 협업하거나, 노동환경과 환경 기준이 검증된 해외 공장과의 투명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ZeroWasteClub은 그들의 제품이 ‘손에 닿기 전부터, 사라진 뒤까지’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다.

 

한 끼 식사가 바꾸는 소비의 방향

ZeroWasteClub은 거창한 캠페인을 벌이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일상의 한 끼를 바꾸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한다. 도시락통을 플라스틱 대신 스테인리스로 바꾸는 일. 비닐 대신 밀랍 랩으로 음식물을 감싸는 일. 플라스틱 수세미 대신 천연 브러시를 쓰는 일. 이 작은 실천들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굳이 매번 버릴 필요가 있었을까?" 이러한 전환은 개인의 습관에서 시작되지만, 그 여파는 더 멀리 닿는다. 피크닉이나 캠핑, 직장 점심시간, 어린이 도시락 등 일회용품이 당연시되던 순간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말하지 않아도 소비자는 알게 된다. ‘이 한 끼가 남긴 게 있다면, 그것은 쓰레기가 아닌 가치였다’는 것을.

 

디자인으로 말하는 생활의 품격

ZeroWasteClub은 기능성과 환경성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름다움 역시 지속가능성의 일부라고 믿는다. 브랜드의 모든 제품은 미니멀한 곡선과 내추럴한 질감을 살리며, 현대적인 키친과도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예쁘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미적 만족감은 사용자가 그 물건을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게 만드는 힘이 되며, 결국 그것이 가장 강력한 친환경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ZeroWasteClub의 제품들은 부엌에서 단지 기능적 도구가 아닌 ‘공간을 정돈하는 오브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브랜드는 이 디자인 언어를 통해, 제로 플라스틱이 불편하거나 투박하다는 인식을 완전히 전복시킨다. 음식이 차려지는 그릇 위, 또는 식사 준비를 위한 부엌의 한구석에서, ZeroWasteClub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것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속 가능한 것이 곧 삶의 품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먹는다는 행위, 선택이라는 권한

ZeroWasteClub이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친환경 메시지가 아니다. 그것은 ‘먹는다’는 기본적인 행위 속에서도 인간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 비닐봉투 대신 천 가방을 고르고, 나무 수저를 꺼내는 일은 결국 일회용 중심의 문명에서 스스로 한 발짝 벗어나는 실천이다. 브랜드는 이를 어렵지 않게 만든다. 너무 느리거나 급진적이지 않은 속도로, 누구나 자신의 삶의 리듬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ZeroWasteClub은 ‘식사’라는 작고 반복되는 행위 속에 삶의 태도, 환경에 대한 감수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는 결국 ‘먹는다는 것’을 다시 정의하게 만든다. 그것은 더 이상 단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서,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한다는 의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