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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닿는 배려, LastObject의 제안

작은 물건에서 시작된 거대한 각성

매일 사용하는 것들 중, 가장 자주 손이 가지만 가장 쉽게 버려지는 것들이 있다. 면봉, 화장솜, 티슈. 이 작은 일회용품들은 언제나 욕실의 어딘가에 있고, 무심코 사용된 뒤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이 ‘흔적 없음’은 착각일 뿐이다. 이 작은 제품들은 대부분 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으며, 분해되지 않은 채 바다로 흘러 들어가거나 토양에 쌓인다. 덴마크의 브랜드 LastObject는 바로 이 지점을 문제 삼았다. ‘눈에 띄지 않는 일회용’을 재설계하겠다는 선언은, 그 자체로 강한 메시지였다. 브랜드가 만든 첫 번째 제품은 재사용 가능한 면봉 ‘LastSwab’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일상 속 습관과 인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질문이기도 했다. “왜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것을 쓰고, 아무렇지 않게 버릴까?”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닿는 배려, LastObject의 제안

 

디자인과 기능 사이의 정교한 줄타기

LastObject의 모든 제품은 ‘한 번 더 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기능과 디자인의 균형이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다. 예를 들어 LastSwab은 부드러운 의료용 실리콘과 탄성 있는 나일론 코어로 제작되었으며, 일반 면봉처럼 귓속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끝부분의 텍스처가 미세하게 다듬어져 있다. 이 면봉은 물로 씻어 수백 번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며, 휴대용 케이스는 생분해 소재 혹은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로 제작된다. 전통적인 화장솜을 대체하는 LastRound 역시, 빨아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천연 섬유 디스크 형태로 제공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기능이 ‘기분 좋은 미니멀리즘’이라는 형태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화장대나 욕실 선반 위에 두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고, 오히려 공간을 정돈된 방향으로 이끈다. LastObject는 실용성과 감각 사이의 절묘한 접점을 제시한다.

 

일회용에 안녕을 고하는 정서적 전환

LastObject의 제품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작별 의식’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 상징성에 있다. 면봉 하나, 화장솜 한 장이라는 작디작은 소비에도 진심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에게 묘한 감동을 남긴다. 이 브랜드의 철학은 이름부터 뚜렷하다. ‘Last’라는 단어는 마지막이라는 뜻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 한 번의 구매가 수백 번의 일회용 사용을 대체하고,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무언가를 ‘버리는 행위’ 자체를 잊게 된다. 어떤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단지 호기심으로 구매했지만, 사용하면서 ‘일회용이 사라진 욕실’의 가벼움을 체감했다고 말한다. LastObject는 제품을 통해 물건과 인간, 인간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 변화는 은밀하지만 강력하다.

 

지속가능성을 넘어선 새로운 미학

환경을 위한 선택이 불편하고, 투박하고, 불친절해야 한다는 편견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LastObject는 지속가능성을 미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브랜드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 직관적인 곡선 디자인, 한 손에 감기는 컴팩트한 사이즈. 이 브랜드는 ‘지속가능한 물건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철학을 정교하게 구현한다. 나아가 캠페인과 메시지도 진중하지만 과하지 않다. 일회용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한 번의 거절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말하면서도, 그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은 유려하다. 소셜 미디어나 웹사이트를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와 메시지들은 브랜드의 철학을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LastObject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에 감각을 더하고, 환경을 위한 실천을 ‘욕망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든다.

 

습관의 반복이 만든 확신

LastObject가 궁극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습관이다. 한 번의 사용으로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반복될수록 설득력을 더해간다. 손이 익고, 마음이 편해지면, 다시 일회용으로 돌아가기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 경험은 곧 ‘내가 바뀌고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습관은 혁신이 된다. LastObject는 누구에게나 일상의 틈에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작고 단순한 제품으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거대하다. 눈에 띄지 않던 작은 것들이 결국 삶을 바꾸고, 세상을 움직인다는 믿음. 그것이 이 브랜드가 제안하는 진짜 ‘라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