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관리가 만드는 긴 지속, Steamery의 천천한 패브릭 선언
세탁 다음의 시간, 옷은 여전히 살아 있다옷은 세탁이 끝난 후에도 말없이 말을 건다. 단추 사이사이에 낀 먼지, 소매 끝에 남은 자국, 조금씩 일어난 보풀. 대개는 지나치고 마는 이 디테일들 속에 ‘더 오래 입을 수 있었던 옷’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을 다루는 방식은 ‘입고, 때가 되면 세탁하고, 결국엔 버리는’ 일방적인 루틴에 가깝다. 하지만 Steamery는 그 익숙함에 질문을 던진다.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스웨덴 브랜드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감각적인 답이다. 그들은 패션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다려지고, 케어되고, 복원되며, 다시 옷장에서 꺼내지는 순간들. Steamery는 세탁 이후의 시간에 조용히 개입하며, 옷과 사람, 그리고 환경 사이의..
향기만을 남기는 욕실, byHumankind가 디자인한 새로운 청결
욕실이라는 은밀한 소비 공간하루 중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만지는 곳은 어쩌면 욕실일지도 모른다. 샴푸, 바디워시, 클렌저, 데오도란트, 치약까지. 바닥과 선반 위를 채우고 있는 병과 튜브, 캡과 펌프는 모두 각기 다른 브랜드의 패키지로 뒤엉켜 있다. 이곳은 청결을 위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매일같이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무덤이기도 하다. byHumankind는 이 모순된 공간에 질문을 던졌다. "왜 청결을 위해 환경은 더럽혀져야 할까?" 그리고 그들은 욕실을 다시 디자인하기로 한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욕실에서 일어나는 ‘소비 행위’ 그 자체를 재구성하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이 브랜드의 욕실 실험은 디자인과 기능, 그리고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이 정교하게 얽힌 제안이기도 하다. 비워낸 병,..
도시의 속도를 담은 접이식 철학, Stojo의 가능성
컵 하나에 담긴 도시의 모순도시는 빠르다. 사람들은 이동하며 마시고, 소비하고, 버린다. 출근길 커피 한 잔, 회의 중 테이크아웃 음료, 산책 중 만난 주스 바. 도시의 시간은 늘 손에 들린 컵과 함께 움직인다. 그런데 그 순간들이 끝날 때마다, 남겨지는 것은 비워진 컵과 플라스틱 뚜껑이다. 편리함의 흔적이 곧 쓰레기가 되는 이 구조 속에서, Stojo는 불편할 정도로 명확한 질문을 던진다. “왜 매일 버려지는 컵을 쓰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자, 여전히 그들이 제품을 설계할 때마다 되묻는 중심축이다. Stojo는 ‘습관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버릴 필요 없는 구조’를 제안함으로써, 도시 소비의 관성을 설계 단계부터 뒤흔들었다. 접을 수..